[전문가 칼럼] 지방 소멸 위기 극복 해법으로서 골프 여행

해외에서 근무하던 시절, 골프는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소통의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올 때마다 골프채는 긴 잠에 빠지곤 했습니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주말에 한 번 나가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시간 여유가 생겼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높은 비용 때문에 지인의 초대도 조심스럽게 거절하며 일 년에 두세 번 정도만 필드에 나갑니다. 최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오랜만에 필드에 나가기로 했지만, 설렘보다는 묘한 죄책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골프를 즐기면서 왜 이런 심리적 부담을 느껴야 할까요?
골프장 위기와 지역 소멸 문제
그동안 국내 골프장들은 수요가 계속 늘어나며 여유 있게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전국 골프장 방문객이 연간 약 100만 명 감소하면서 매출 손실이 3000억 원에 달합니다. 평일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고, 제주 지역에서는 세금을 내지 못하거나 부도 위기에 처한 골프장도 여럿입니다.
항공료 상승과 높은 환율로 해외 골프 여행 수요가 30% 이상 줄었지만, 그로 인한 국내 골프장의 반사 이익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입니다.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된 곳이 전국 89곳에 달합니다. 당장 거주 인구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류형 골프 여행’ 모델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소멸 위기 지역에 생활 인구를 늘려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며, 새로운 거주지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체류형 골프 관광객은 하루 평균 40만~50만 원을 소비하는데, 이는 일반 여행객의 4~5배 수준입니다. 제대로 된 상품만 만들어진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성공 사례와 해결 방안
전남 해남은 주변 맛집과 숙박 시설을 연계한 패키지로 평일에도 수도권 골프 애호가들이 몰리며 연간 수십만 명이 머무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강원 원주의 한 복합 리조트는 미술관, 스파 등을 결합해 연간 100만 명 이상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지역 생활 인구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골프를 사치성 유흥으로 보는 낡은 규제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세금 개편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문턱을 낮춰 평범한 국민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해외로 나가는 수요를 국내로 돌릴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 지역의 골프장에 개별 소비세를 감면하거나 종합 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줄어든 세수보다 지역 상권에 돌아갈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는 골프장과 전통문화, 맛집, 생태 관광 등을 결합해 패키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해안의 해안 코스와 해산물 요리를 하나로 묶고, 호남의 명문 코스와 한옥 숙박을 연계하는 방식입니다.
동시에 지역 골프장들이 협력해 고속철도, 공항을 연결하는 전용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골프장 내 빈 땅을 활용한 시니어 타운, 콘도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골프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해외로 나가던 연간 수조 원의 관광 비용을 국내로 되돌리고, 멈춰선 지방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역 콘텐츠의 결합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어디서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상생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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