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출된 턱을 가진 왕비가 그림 속 미녀로 탄생한 비밀

한 여성 화가의 빛나는 재능이 왕실의 초상화를 탄생시킨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778년,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룅이라는 화가가 같은 나이의 프랑스 왕비를 그리게 됩니다.
왕비는 오스트리아 왕실 출신으로, 그녀의 가문은 턱이 앞으로 돌출된 유전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화가들이 왕비의 초상화를 그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죠. 왕비를 닮게 그리면 아름답지 않았고, 아름답게 그리면 본인과 닮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르 브룅은 특별한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단점을 가리는 대신, 왕비의 맑은 피부와 영리한 눈빛을 강조한 것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화사한 안색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하여, 얼굴의 단점은 자연스럽게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손에 든 장미와 왕관 옆 꽃다발도 얼굴빛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죠.
이 한 점의 초상화로 그녀는 단번에 성공했습니다. 왕비와 왕비의 어머니 모두 만족했고, 르 브룽은 왕실 전속 화가가 되었습니다.
르 브룅은 1755년 파리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초상화가였고 어머니는 미용사였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고, 아버지마저 그녀가 열두 살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몇 년 뒤 르 브룅은 그림을 그려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천재 소녀 화가가 있다”는 소문이 파리 사교계에 빠르게 퍼졌고, 열아홉 살에는 화가 조합에 정식으로 가입하여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76년에는 미술품 거래상과 결혼했는데, 남편은 도박으로 그녀의 수입을 낭비하는 좋지 않은 배우자였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남편의 직업 덕분에 집에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던 것입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르 브룽에게 거장들의 그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환경은 큰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왕비의 초상화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후, 르 브룅은 11년 동안 왕비를 그린 초상화만 30점 이상을 제작했습니다. 그녀는 18세기 프랑스 화단의 중심에 선 여성 화가였습니다.
1782년, 르 브룅은 밀짚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한 손에 그림 도구를 들고 자연스러운 표情으로 미소 짓는 모습이었죠. 이 그림을 본 왕비와 귀부인들은 자신들도 밀짚모자를 쓴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과장된 궁중 복식에 지친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입니다.
그러나 1789년 10월, 그녀의 삶은 급변합니다.
깊은 밤, 거친 옷을 입고 머리에 두건을 쓴 한 여인이 아홉 살 딸의 손을 잡고 마차에 올랐습니다. 그림 도구가 든 최소한의 짐만 챙긴 채였죠. 누군가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군중은 왕궁으로 행진해 왕과 왕비를 끌고 나왔습니다. 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르 브룅은 왕비의 전속 화가였기에 위험에 처했고,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한 달 뒤 그녀는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망명자의 신분이었지만, 그녀는 왕비의 화가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럽 귀족들은 프랑스 문화에 매료되어 있었고, 프랑스 왕비의 화가라는 이력은 오히려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12년간의 망명 기간 동안 그녀는 유럽 각지의 궁정에서 초상화 의뢰를 받았습니다.
1801년, 마흔여섯 살이 된 르 브룅은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알던 세계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다만 왕궁이 미술관으로 바뀌어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을 알고, 홀로 찾아가 오랜 시간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르 브룅은 자신의 인생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 글에서 그녀는 이렇게 썼습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타고난 것입니다. 그 열정은 한 번도 식은 적이 없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졌습니다. 오늘까지도 저는 그 모든 매력을 느끼며, 이 신성한 열정이 제 생명과 함께 끝나기를 바랍니다.”
이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는 없었고 찾는 이도 예전만 못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초상화 660여 점, 역사화 15점, 풍경화 200여 점을 남겼죠.
87세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이곳에서, 마침내, 나는 쉬노라.”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넘어지고 도망가고 되돌아오는 길고 험난한 여정을 마친 그녀에게, ‘마침내’라는 말만큼 어울리는 작별 인사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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